삶 언저리

가방 들어주기

Light Pillar 2020. 2. 13. 09:45

< 2004년 6월 18일 출근길의 단상(斷想) >

 

'가방 좀 들어드릴까요?'

'아 괜찮습니다.'

'그래도, 들어 드릴께요..'

'그럼.. 감사합니다...'

 

얼마전 귀가길의 버스에서 보았던 정경이다..

예전에는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늘상 있었던 일이고,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오랜만에 보게된 모습이어서 인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하긴, 요즘은 학생들의 가방 패션이 많이 바뀌어서 - 예전에는 지금처럼

배낭을 매고 다니는건 극히 드문일이 었으니깐... - 들어 주겠다는 사람도,

가방을 맏기려는 사람도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가방의 패션이 바뀌어서만은 아닐것이다.

내 자신도 왠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이 지금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것이겠지..

 

가방을 들어주고 맏기는게 자연스러웠던 예전엔,

버스에 예쁜 여학생이라도 타면 혹시나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하지 않을까

그 옆에 가서 서있기도 하고, 용기가 있는 친구들은 가방좀 들어달라고

떠 맏기기도 했었다.

 

또, 친구들과 한때로 버스에 올라타면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앉는 친구에게

나머지 친구의 가방을 모두 맏기기도 하고, 그래서 가방을 한아름 안고

가게 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는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왜일까? 가방을 들어주는 그 모습하나를 돌이켜 보는것 만으로 예전이 휠씬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가방 들어주기에 어색해 하지 않기.

 

이런 일상적인 모습에도 노력이 필요한 사회가 된건가?

노력으로 예전의 순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오래전 방치해 놓은 블로그에 남겨져 있던 글이다.

켜켜히 쌓인 세월의 먼지가 느껴지는 것 같다.

 

방치해 놓기가 미안해 정리하고 폐쇄하려고 이것 저것 뒤적이다 예전에 남겨 놓았던 글들 중 몇 개를 옮겨 놓으려 한다.

 

'삶 언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w And Then - The Beatles  (0) 2024.01.18
LOVE - The Beatles  (0) 2024.01.18
사랑...  (0) 2020.02.14
어려운 이야기  (0) 2020.02.14